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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모아 버무려 다시 나누는 지혜, 안동 헛제삿밥


안동은 음식에 담긴 이야기의 가치가 매우 빛나는 고장이다. 그중 헛제삿밥은 흔히 쓰이는 고추장 대신 조선간장으로 맛을 내는 비빔밥이다. 먼저 고기와 무를 끓인 탕국에 산적, 돔배기(상어) 고기, 약간의 전 등과 갖은 나물이 함께 나온다. 제사음식답게 고춧가루, 마늘, 파 등의 강한 양념과 향신료 대신 소금, 간장, 깨, 참기름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의 색깔이나 맛이 은은하다. 이 헛제삿밥, 안동의 별미 중 하나이니 안동시를 찾았을 때에는 꼭 헛제삿밥을 맛보기를 권한다. 소박하고도 정갈한 그 모양새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선비의 고장' 안동과 똑  닮아 있으니 말이다. 

                    
                

헛제삿밥, 선비의 이야기를 담다

흔히들 헛제삿밥이 ‘맛난 음식을 먹은 양반들이 체면 때문에 제사를 핑계로 만든 음식’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유래에 대한 확실한 정설은 없다. 보통은 밥과 음식이 부족했기에 조선시대에 살던 일부 양반들이 드러내 놓고 쌀밥을 먹기가 미안스러워서, 제사음식을 차리고 제문을 지어 올려 허투루 제사를 지낸 다음에 음식을 나눠 먹은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혹은 글을 읽던 안동 유생들이 야심한 밤에 속이 출출해지면 하인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장난기 어린 거짓말로 ‘헛제삿상’을 차리게 했는데, 제사는 지내지 않고 제삿밥만 나누어 먹는 것을 보고 하인들이 이를 헛제삿밥이라 이름 붙였다는 등 현지에는 다양한 유래가 구전되고 있다. 

간장으로 기본맛을 내는 안동 헛제사밥에는 실제로 제사에 쓰이는 온갖 음식을 한상에 차려먹는 것이다.

안동 헛제삿밥을 조상들의 ‘나눔 정신의 실천’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유달리 서원이 많은 안동에서 여러 가지 모임이 자주 열렸는데, 그때마다 인근에 사는 많은 유림과 유생들이 서원에 모여들었다. 이때 정성스레 준비한 제수를 상하 구분 없이 지역민들이 골고루 나누어 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다지도록 정리된 음식문화의 형태라는 것이다. 기원이야 어쨌든 헛제삿밥은 안동을 중심으로 하는 경북내륙지방의 제사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는 유산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서와 의미가 깊은 음식이라도 맛이 없으면 유명세를 타지 못한다. 안동의 헛제삿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맛이 있기 때문. 헛제삿밥이 다른 지역의 비빔밥이나 남은 음식을 한데 비비는 골동반 등의 비빔 요리와 차별화된 명성을 얻은 것은 고추, 마늘, 파, 달래, 부추 등 이른바 ‘오신채’를 배제하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맛을 낸 조선간장을 간을 해서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식재료의 맛을 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맑게 끓여내는 제사용 탕국은 깔끔한 맛으로 헛제삿밥 맛의 깊이를 더한다.
 

헛제삿밥,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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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제사밥에는 단백질과 영양소가 풍부한 안동 간고등어가 반드시 올라온다. 

현재의 안동 헛제삿밥은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무나물, 콩나물, 숙주나물, 토란, 묵나물 등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른 예닐곱 가지의 채소를 따듯한 밥에 얹어 놋그릇에 담아낸다. 여기에 간고등어, 녹두전, 명태찜, 두부 부침 등이 기본 반찬으로 딸려 나와 제사음식의 분위기를 더한다. 식사 후 입가심으로 나오는 안동 식혜도 헛제삿밥의 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찹쌀 고두밥에 무채, 밤채, 생강채를 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로 버무린 다음에 엿기름을 붓고 따뜻한 데서 발효시켜 만든다. 식혜 특유의 달달한 맛에 무, 생강, 고춧가루가 매콤한 맛이 어울려 톡 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동치미랑 비슷하면서도 오묘한 차이가 있다. 무 성분이 소화를 돕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디저트로 적격이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헛제삿밥은 매우 가치가 높은 음식이다. 구성 재료들이 각 영양소별로 골고루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량의 채소 즉 갖은 나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백질, 칼슘, 칼륨, 인 등의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여기에 간고등어와 돔배기 등은 단백질 공급원인 동시에 생선 특유의 유익한 지방산도 포함하고 있다. 자극적인 양념이 없어서 나트륨 섭취도 줄일 수 있고, 찌거나 삶는 조리법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헛제삿밥의 레시피를 표준화해서 세계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헛제삿밥과 함께 버무려진 안동의 전통과 유교문화, 나눔의 정 역시 널리 퍼지며 수백 년의 세월을 넘어 그 가치를 확인하는 기회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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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0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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